벌써 네 번째를 맞이하는 할아버지 기제사, 음력 사월 십일.
아부지, 어무이와 함께 오랫만에 직동에 갔다.
할머니, 영애고모, 고모부, 선애고모, 재우삼촌, 숙모, 영숙이 고모, 고모부, 현주 고모, 고모부..
모두 다 오셨다. 할머니는 원래 계셨지만.
한적하던 집이 시끌벅적하다.
희제, 화수, 지애, 경국, 경빈이도. 매번 볼 때 마다 쑥쑥 자라나는 동생들을 보니,
나는 줄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좋았다. 나는 가까이 사는 이웃보다는 멀리 살아도 친척이 아직은 좋다.
큰 방 지붕에는 상량식上樑式때 적어둔 2003년 음력 4월 9일 상량...
4월 8일 석가탄신일, 4월 9일 집을 짓고, 4월 10일...
생전에 늘 관세음 보살님 덕을 많이 보셨다구 하셨는데...
이 날짜들도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재밌는 연결구조를 가진다.
초를 찾느라 찬장을 여니 할아버지가 나를 내려다 보신다.
사진 아래로 수첩들이 가득 있어서 꺼내어 보니 할아버지 일기장.
1993년 9월, 추석 때의 기록들 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날씨며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 두셨다.
... 따님들이 용돈 주신 내용부터, 손주들이 자고 갔던 일, 친구분들과 하신 일들..까지.
일상의 느낌을 간단히 기록해 두셨다.
아.
작년 10월 경부터 다시 적기 시작한 내 일기장은 툭하면 미루어지는데,,
낮에 하루 종일 농사일에 고단하셨을텐데, 매일 꼼꼼히 기록된 것들을 보니 놀랍다.
절을 하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얘기를 드려야지 했었는데, 늘 까먹는다.
조금 한가해지면 영천에 한 번 다녀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