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은 결코 빛보다 어둡지 않다.
사람들은 말에는 정령이 붙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이 씨가 된다고도 하죠.
생각해보면 저는 소설이라는 이야기 속에
말의 씨를 뿌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씨를 뿌려야 할까.
그것은 항상 매혹과 고통으로 저를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언어는 정신의 지문이고 모국어는 모국의 혼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오랜 세월 써오고 있는 소설 혼불에다가
시대의 물살에 떠내려가는 쭉정이가 아니라
진정한 불빛같은 알맹이를 담고 있는 말의 씨를 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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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의 삶과, 저 자신이,
서로 깊은 화해和解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금림아, 소박하게 출발出發하여 위대하게 거두고 싶다.
나는 소小규모의 문제나 삶은 원하지 않는다.
자잘한 염려와 잔잔한 평화平和로 나의 일생一生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
소시민小市民... 숨막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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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바뀌고 새로워지고 있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고향의 불빛같은
징검다리 하나가 되서
제가 알고 있는 언어들을
한 소쿠리 건져내서 제 모국에
제가 살다가고 있는 모국에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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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잩에 있고 쓰고 있으니까 모른다.
나 역시도. 모국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로인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편리해지고 있는지 인지해야 한다.
잘 지키고 보존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정확하게 잘 건네줘야 할 의무가 우리에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