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잊고 있는 것은 아무리 담장을 높이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일부가 되어 함께 햇빛을 나누며,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화폐가 중간에 들면, 쌀이 남고 소금이 부족한 사람과
소금이 남고 쌀이 부족한 사람이 서로 만나지 않더라도
교환이 이루어 집니다.

천 갈래, 만 갈래 분업과 거대한 조직,
그리고 거기서 생겨나는 물신성(物神性)은
사람들의 만남을 멀리 떼어놓기 때문에
'함께' 살아간다는 뜻을 깨닫기 어렵게 합니다.

같은 이해(利害), 같은 운명으로 연대된 '한 배 탄 마음'은
'나무도 보고 숲도 보는' 지혜이며,
한 포기 미나리아제비나 보잘 것 없는 개똥벌레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열린 사람'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되라고 한다면 나는 산봉우리의 낙락장송(落落長松)보다
수많은 나무들이 합창하는 숲 속에 서고 싶습니다.

한 알의 물방울이 되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 바다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지막한 동네에서
비슷한 말투, 비슷한 욕심, 비슷한 얼굴을 가지고 싶습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中에서,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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