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에 집이 학교에서 멀어지면서 통학시간도 길어지고 차비도 많이 들지만,
덕분에 독서시간이 하루에 1시간씩 확보되고 있습니다.

읽지 않는 시대라는 광고카피가 지하철 문에도 붙어 있습니다만,
저도 그 시대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찰나에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아마도 제가 조금은 먼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 두 번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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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보았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토인비선생님이었던가)
우리가 왜 역사를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견해중에서.

기록이 남아 있는 모든 역사들이 오래된 것이라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몇 천년의 역사는 지극히 일부일 뿐이므로
우리는 동시대에 살고 있다가 보아도 무관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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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성접촉으로 번식하는 다른 종의 암컷들은
죽을때까지 혹은 꽤 늙어서까지 출산을 할 수 있는데 반해
인간 여성은 폐경이 빨라 생식기능이 없는 상태로도 30-40년을 더 산다.
그녀는 여기에 인류학적인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폐경을 함으로 힘을 보존하고 자식과 출산경쟁을 하지 않으며
자식을 키워 본 경험으로 손자들을 잘 돌보는 할머니의 역할을 함으로서
그들의 유전인자를 효과적으로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아기는 다른 동물에 비해 연약하기 그지없어
옛날에는 할머니의 지혜와 경험이 육아에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손자를 돌봄에 댓가를 바라지 않는다.
이런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아기의 생존확률을 더 높여왔던 것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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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정신사는 어느 시대에나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모색해가게 마련입니다.
농본 사회에 있어서 노인의 존재는 그마을에 도서관이 하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노인들의 지혜와 희생이 역사의 곳곳에 묻혀 있습니다.

할머니 가설(Grandmother Hypothesis)이 그렇습니다.
할머니들은 자기의 자녀가 아니라 자기의 자녀가 낳은 자녀
즉 손자손녀를 돌보고 자녀 양육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전수 함으로써
가족 집단을 번창시켰다는 것이지요.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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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은 「우리는 어떤 유산을 거부해야 하는가?」라는 저서에서
역사 공부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지를 준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을 피력했지요.
나는 오히려 우리가 역사를 읽으면서 무엇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고전 독법은 물론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당대 사회의 문제의식으로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떠한 시대나 어떠한 곳에서도
변함없이 관철되고 있는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능력있고 편안한 것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을 반성하는 경구로 읽히기를 바랍니다.

생산하는 사람을 업신여기고 소비하는 사람을 우러러보는 우리들의 사고는
과연 어디서 연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 개인의 정체성이 그 사람의 고뇌와 무관한 소비 행위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반성하는 관점에서 재조명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노인에 대한 우리들의 관념을 반성하는 교훈으로 읽히기 바랍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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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변화할 때 사회가 변화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미래가 어디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까?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변화와 미래가 외부로부터 온다는 의식이 바로 식민지 의식의 전형입니다.
권력이 외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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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그 과거를 하루하루 만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 과거들은 만들어 지고 있으며,
당신의 내일에 기인하는 무엇인가 요소를 부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위해서 미친 듯이 집중해서 열심히 살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르신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가지고 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듯 우리는 또 즐겁게 하루를 살면 되는 것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갑자기 마크 트웨인 할배의
모든 인간의 행위는 자기만족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머리속을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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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 또한 모든 부분을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관점과 다르다고 해서 - 어르신이든 젊은이든 아이든 - 상대방의 관점이 그릇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피하자는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웃으며 행복할 수 있도록.
조금 모자라더라도, 느리더라도 따뜻함을 나누어 가며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집중합시다.
지금 이 순간에. 다음은 없습니다.
머지 않아 우리도 그 역사의 한 점이 되어버릴 뿐입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채현욱. 니나 잘해라. 하하하.

내용출처 및 참고문헌
[1] 위키피디아 - Grandmother Hypothesis
[2] 네이버 블로그 - 동그리오봉봉
[3] Kristine Hawkes, "Human longevity:  The grandmother effect" (PDF), Nature, Vol. 428, 128-129, 2004.
[4] 신영복,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돌베개, pp.70-7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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